술에 취해 그림을 그리는 신선
조선 말기의 천재 화가 장승업의 생애를 담은 영화 '취화선'은 [태백산맥], [서편제]를 연출한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지휘 아래 연기파 배우인 최민식, 안성기가 주연하여 만든 작품으로 2002년 개봉하였고 같은 해에 칸 영화제에 진출해 임권택 감독은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프랑스 배우인 소피 마르소가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갈 영화"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클래식]으로 유명한 배우 손예진의 스크린 데뷔작이기도 하다. 주인공인 실존 인물 장승업의 생애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조선 말기의 최고 화가 장승업
1843년에 황해도에서 태어난 장승업은 어렸을 때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다. 가난한 그는 이리저리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20살 무렵 수표교에 살던 역관 이응헌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며 살게 된다. 고아였던 그는 글을 깨우치지 못하였는데 글을 배우는 이응헌의 아들이 글을 배울 때 어깨너머로 글을 배우게 된다. 이응헌의 장인 이상적은 중국과 자주 교류하던 역관이었다. 이상적의 도움으로 중국 유명 화가의 그림과 글씨를 다수 소집하게 된 이응헌은 그림에 대한 안목이 매우 높았고 그 덕분에 글씨와 그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교류가 많았다. 이응헌의 집에 기거하던 장승업은 명화들을 자주 접하며 그림을 직접 그려보기 시작하는데 그 실력이 매우 출중하였다. 우연히 그가 그린 그림을 보게 된 이응헌은 천재적인 재능에 감탄하여 적극적으로 아낌없이 후원했다. 그 후 이응헌의 추천으로 유명 화가인 혜산 유숙에게 그림을 배우게 된 장승업은 화가의 기본을 다지게 되고 점점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중국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보고 따라 그려보며 더 많은 것을 배우려 노력했고 실력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었다. 그는 술과 여자를 매우 좋아하여 미인이 술을 따라주면 더 좋은 그림이 나왔다고 했다. 그는 다수의 그림을 그리며 부와 유명세를 얻었고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성격을 가진 탓인지 결혼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40대 이후에 그는 민영환의 소개로 고종에게 추천되어 관직을 받고 고종의 명령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게 되는데 술을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궁궐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다. 매우 괴로워하는 그를 보다 못한 민영환은 무엇이 문제인지를 묻게 되고 장승업은 술을 마음대로 마시고 싶다고 답변하였고 민영환은 고종에게 보고하여 약간의 음주를 허락받았으나 장승업은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궁궐을 탈출해 버린다. 그 소식은 들은 고종은 분노하였고 왕을 명을 어긴 중죄를 물어 병사들에게 체포하라고 명령한다. 한편 술을 마시고 있던 장승업은 병사들에게 잡혀 흠씬 두들겨 맞은 후 왕궁으로 끌려오게 된다. 고종은 장승업을 참수형에 처하려고 했지만 민영환의 설득 끝에 용서를 하고 풀어준다. 장승업은 그 후에도 술을 끊지 못하고 여러 차례 궁궐을 탈출하다 잡혀오길 반복하였고 민영환을 포함한 문화계 인사들은 그때마다 고종을 설득하여 위기에서 구해주었다. 애주가였던 장승업은 끝까지 술을 끊지 못하였는데 결국엔 병으로 5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장승업이 죽은 뒤 그의 측근들은 애주가인 그가 저 세상에서 술을 마시며 그림을 그리는 신선이 됐을 거라고 생각하며 명복을 빌어주었다.
장승업의 업적
장승업은 대담한 필체와 정교한 묘사력을 기반으로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대표 작으로는 [기명절지화], [군마도], [송풍유수], [홍백매십정병], [호취도] 등 다수가 있고 안견, 김홍도를 포함하여 조선시대의 3대 화가로 불려지고 있다. 그의 그림은 현대에 와서 러시아 모스크바 박물관에서도 발견이 되었는데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1896년 민영환이 고종의 명령을 받아 러시아 제국 니콜라이 2세 황제의 대관식을 축하하기 위해 사절단으로 파견됐을 때 장승업의 작품을 가져가 선물하였다고 한다. 그는 말년에 안중식, 조석진 등 제자를 두었는데 그들 역시 유명 화가 명성을 떨쳤고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여 근대의 전통화법이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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